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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황순원.....별2....short story... 2012. 4. 1. 12:58
*이 이야기의 배경이 대동강근처라 이북사투리가 섞여 좀 이해어려운점이
있습니다..한번 빼 들은 칼이니 두부라도 잘라보겠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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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 이복동생을 업어 주는 것이 학교 다녀온 뒤의 나날의 일과가 되어 있는 누이가,
하루는 아이의 거동에서 자기를 꺼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그런 동생을 기쁘게
해 주려는 듯이, 업은 애의 볼기짝을 돌려 대더니 꼬집기 시작했다.
물론 누이의 손은 힘껏 꼬집는 시늉만 했고, 그럴 적마다 그 작은 눈을 힘 주는 듯이
끔쩍끔쩍 하였지만, 결국은 애가 울지 않을 정도로 조심하면서 꼬집어 대는 것이었다.
사실 줄곧 누이에게만 애를 업히는 의붓어머니에게 슬그머니 불평 같은 것이 가고
누이에게는 동정이 가던 아이였다.
그러나 이날 아이는 자기를 기껍게나 해 주려는 듯이 이복동생의 볼기짝을 힘껏
꼬집는 시늉을 하는 누이에게 재미있다는 생각이 일기는커녕 도리어 밉고,
실눈을 끔쩍일 적마다 흉하게만 여겨졌다.
그는 날렵하게 달려가 이복동생의 볼기짝을 진짜로 꼬집어 댔다. 그리고 업힌 애가
울음을 터뜨리는 걸 보고야 꼬집기를 멈추고 골목으로 뛰어가 숨었다.
이제 턱이 밭은 의붓어머니가 달려나와, 왜 애를 그렇게 갑자기 울리느냐고 누이를
꾸짖으리라.
아이는 골목에서 몰래 의붓어머니가 나오기만 기다렸다. 사실 곧 의붓어머니는 나왔다.
그리고 또 어김없이 누이를 내려다보면서,
"앨 왜 그렇게 갑자기 울리니?"
했다. 아이는 재미나하는 장난스런 미소를 떠올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이는 누이의 대답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번에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걷히고 귀가 기울여졌다.
그렇게 자기들에게 몹쓸게 굴지는 않는다고 생각되면서도 어딘가 어렵고 두렵게만
여겨지는 의붓어머니에게 겁난 누이가 그만 자기가 꼬집어서 운다고
바로 이르기나 하면 어쩌나.
그러나 누이는 의붓어머니가 어렵고 힘들고 두렵게 생각키우지도 않는지 대담스레
고개를 들고,
"아마 내 등을 빨다가 울 젠 배가 고파 그런가 봐요."
하지 않는가.
아, 기묘한 거짓말을 잘 돌려 댄다.
그러나 지금 대담하게 의붓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하여 자기를 감싸 주는 누이에게서
어머니의 애정 같은 것이 풍기어 오는 듯함을 느끼자 아이는, 우리 오마니가 누이 같지는
않았다고 속으로 부르짖으며 숨었던 골목에서 나와 의붓어머니에게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난 또 애 업구 어디 넘어디디나 않았나 했군, 하면서 누이의 등에서
어린애를 풀어내고 있는 의붓어머니에게 아이도 이번에는 겁내지 않고,
"이자 내가 애 엉뎅일 꼬집었어요."
했다.
아이는 옥수수를 좋아했다.
옥수수를 줄줄이 다음다음 뜯어먹는 게 참 재미있었다.
알이 배고 줄이 곧은 자루면 엄지손가락 쪽의 손바닥으로 되도록 여러알을
한꺼번에 눌러 밀어 얼마나 많이 붙은 쌍둥이를 떼낼 수 있나 누이와
내기하기도 했었다.
물론 아이는 이 내기에서 누이한테 늘 졌다. 누이는 줄이 곧지 않은 옥수수를
가지고도 꽤는 잘 여러 알 붙은 쌍둥이를 떼내곤 했다.
그렇게 떼낸 쌍둥이를 누이가 손바닥에 놓아 내밀어 아이는 맛있게
그걸 집어먹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날 아이는 누이가,
"우리 누가 많이 쌍둥이를 만드나 내기할까?"
하는 것을 단박에,
"싫어!"
해 버렸다. 누이는 혼자 아이로서는 엄두도 못 낼 긴 쌍둥이를 떼냈다.
아이는 일부러 줄이 곧게 생긴 옥수수 자루인데도 쌍둥이를 떼내지 않고
알알이 뜯어먹고만 있었다.
누이는 금방 뜯어 낸 쌍둥이를 아이에게 내주었다. 그러나 아이는 거칠게,
싫어!하고 머리를 도리질하고 말았다.
누이가 새로 더 긴 쌍둥이를 뜯어 내서는 다시 아이에게 내밀었다.
그런나 누이가 마치 어머니처럼 굴 적마다 도리어 돌아간 어머니가 누이와
같지 않다는 생각으로 해서 더 누이에게 냉정할 수 있는 아이는, 내민 누이의
손을 쳐 쌍둥이를 떨궈 버리고 말았다.
그러던 어떤 날 저녁, 어둑어둑한 속에서 아이가 하늘의 별을 세며 별은
흡사 땅위의 이슬과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누이가 조심스레 걸어오더니
어둑한 속에서도 분명한 옥수수 한 자루를 치마폭 밑에서 꺼내어
아이에게 쥐어 주었다.
그러나 아이는 그것을 먹어 볼 생각도 않고 그냥 뜨물 항아리 있는 데로 가
그 속에 떨구듯 넣어 버렸다.
아이는 또 땅바닥에 갖가지 지도 같은 금을 그으며 놀기를 잘했다.
바다를 모르는 아이는 바다 아닌 대동강을 여러 개 그리고, 산으로는
모란봉을 몇 개고 그리곤 했다.
그러다가 동무가 있으면 땅따먹기도 했다. 상대편의 말을 맞히고 뼘
을 재어 구름이 피어 오르는 듯한 땅과 무성한 나무 같은 땅을 만드는 게
재미있었다.
그 날도 아이는 옆집 애와 길가에서 땅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옆집 애의 땅한테 아이의 땅이 거의 잠식당하고 있었다. 한쪽 금에 붙어
꼭 반달처럼 생긴 땅과 거기에 붙은 한 뼘 남짓한 땅이 남았을 뿐이었다.
그것마저 옆집 애가 새로 말을 맞히고 한 뼘 재 먹은 뒤에는 반달에 붙
은 땅이 또 줄었다.
이번에는 아이가 칠 차례였다. 옆집 애가 말을 놓았다. 그것은 아이의
반달땅 끝에서 한껏 먼 곳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기어코 반달 끝에다 자기의 말을 놓았다.
옆집 애는 아이의 반달땅에 달린 다른 나머지 땅에서가 자기의 말이 제일
가까운데 왜 하필 반달 끝에서 치려는지 이상히 여기는 눈치였다.
사실 아이의 어디까지나 반달 끝에다 한 뼘 맘껏 둘러 재어 동그라미를 그어
놓았으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모르겠다는 계획을 옆집 애는 알 턱이 없었다.
아이는 반달 끝에서 옆집 애의 말까지의 길을 닦았다.
이번에는 꼭 맞혀 이 반달 위에 무지개 같은 동그라미를 그어 놓으리라.
아이의 입은 꼭 다물어지고 눈은 빛났다.
뒤이어 아이는 옆집 애의 말을 겨누어 엄지손가락에 버텼던 장가락(가운뎃손가락)
을 퉁기었다.
그러나 아이의 장가락 손톱에 맞은 말은 옆집 애의 말에서 꽤 먼 거리를
두고 빗지나갔다.
옆집 애가 됐다는 듯이 곧 자기의 말을 집어 들며 아이가 아무리 먼 곳에
말을 놓더라도 대번에 맞혀 버리겠다는 득의의 미소를 떠올렸다.그러면서
아이의 말 놓기를 기다리다가 흐려지지도 않은 경계선을 사금파리(사기그릇의 깨어진
작은 조각)말을 세워 그었다.
아이의 반달 끝이 이지러지게 그어졌다. 아이가,
"이건 왜 이르캐?"
하고 고함 쳤다. 옆집 애는 곧 다시 고쳐 금을 그었다.
옆집 애는 아이가 자기의 땅을 줄게 그어서 그러는 줄로 알았는지, 이번에는
반달의 등이 약간 살찌게 그어 놓았다.
아이는 그래도,
"것두 아냐!"
했다.
그러는데 어느 새 왔었는지 누이가 등뒤에서 옆집 애의 말을 빼앗아서는
동생을 도와 반달의 배가 부르게 긋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는 누이가 채 다 긋기도 전에 손바닥으로 막 지워 버리면서,
"이건 더 아냐! 이건 더 아냐!"
하고 소리 질렀다.
하루는 아이가 뜰안에서 혼자 땅바닥에다 지도 같은 금을 그으며 놀고
있는데, 바깥에서 누이가 뒷집 계집애와 싸우는 소리가 들려, 마침 안의
어른들이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열린 대문 새로 내다보았다.
아이가 늘 이쁘다고 생각해 오던 뒷집 계집애의 내민 역시 이쁜 얼굴에서,
"그래 안 맞았단 말이가?"
하는 말소리가 빠른 속도로 계속되는 대로, 또 누이의 내민 밉게 찌그러진 얼굴에서는,
"안 맞디 않구."
하는 소리가 같은 속도로 계속되고 있었다.
땅따먹기 하다가 말이 맞았거니, 안 맞았거니 해서 난 싸움이 분명했다.
어느 편이 하나 물러나는 법 없이 점점 더 다가들면서 내민 입으로 자기의
말소리를 좀더 이악스레 빠르게들 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뒷집 계집애의 남동생이
달려오더니 다짜고짜로 누이에게 흙을 움켜 뿌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뒷집 계집애의 이쁜 얼굴이 더 내밀어지며,
"그래 안 맞았단 말이가?"
하는 소리가 더 날카롭게 빠르게 계속되는 한편, 누이는 먼저 한 걸음 물러나며,
"안 맞디 않구."
하는 소리도 떠져 갔다. 뒷집 계집애의 남동생이 또 흙을 움켜 뿌렸다.
뒷집 계집애의 남동생이 흙을 움켜 뿌릴 적마다 이쪽 누이는 흠칫흠칫 물러나며
말소리가 줄고, 뒷집 계집애의 말소리는 더욱 잦아 갔다.
그러자 아이는 저도 깨닫지 못하고 대문을 나서 그리로 걸어갔다.
아이를 보자 뒷집 계집애의 남동생이 우선 흙 뿌리기를 멈추고, 다음에
뒷집 계집애가 다가오기를 멈추고, 다음에 계집애의 말소리가 늦추어지고,
다음에 누이가 뒷걸음 치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누이는 뒷집 계집애의 남동생처럼 자기의 남동생도 역성을 들러
오는 것으로만 안 모양이어서 차차 기운을 내어 다가나가며,
"안 맞디 않구, 안 맞디 않구."
하는 소리를 점점 빠르게 회복하고 있었다.
거기 따라 뒷집 계집애는 도로 물러나며 점차,
"그래 안 맞았다 말이가?"
하는 소리를 늦추고 있고, 뒷집 계집애의 남동생도 한옆으로 아이를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는 싸움터로 가까이 가자 누이의 흥분된 얼굴이 전에 없이
더 훙하게 느껴지면서, 어디 어머니가 저래서야 될 말이냐는 생각에, 냉연하게 그 곳을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등뒤로 도로 빨라 가는 뒷집 계집애의 말소리와 급작스레 떠가는 누이의
말소리를 들으면서 아이는 누이보다 이쁜 뒷집 계집애가 싸움에 이기는 게 옳다고
생각하며 저만큼 골목 어귀에서 여물을 먹고 있는 당나귀에게로 걸어갔다.
*단편소설은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내려야 미덕인데....
감흥을 줄이는듯해 황순원님께 죄송스럽구만요--;;;
내일 마지막 부분을 올리겠습니다....
출처 : 김태원과부활글쓴이 : annegreen 원글보기메모 :'short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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