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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을 향한 기도....雜念... 2012. 8. 22. 12:20
이루고 싶다... 해낼 수 있다...
라고 나자신을 향한 기도가 많았다.
국민학교 시절 집 앞 교회에서의 기도도 있었고,
여고시절 교내 성당에서의 기도도 참 깊었었다.
난...종교가 없다.
석가탄신일엔 부처님께 생신을 축하드렸고,
부활절엔 예수님의 부활을 경배했으며,
성모마리아를 위한 묵상도 진심이었다.
스무살즈음에서 마흔 즈음까지
내겐 神을 향한 기도는 없었다.. 아니, 없앴다.
나를 향한 다짐만 존재했다.
그런 내게 요즘 기도가 간절해졌다.
George Herbert의 시로 그를 만나고,
G. M. Hopkins의 피 말리는 기도의 소리를 들으며
그들이 그토록 향하고 싶은 절대 권력자가 궁금해졌다.
그들이 도달하고 싶어 하는, 함께 발맞추어 걷고 싶어하는 神.....
문득,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Gitanjali'를 부분적으로 읽게 되었다.
그는 이 157편의 시가 담긴 책에서 57편을 발췌하여 발간한 영역본 시집으로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탔다.
그의 '임'을 향한 기도....
... 97...
임과 함께 놀아도 임이 누구신가 물어본 적이 없나이다. 이 몸은 수줍음도 두려움도 없나이다. 이 생명은 들끓고 있나이다.
이른 아침이면 임께서는 이내 동지와도 같이 이 몸을 잠에서 깨워 이 숲 속 저 숲 속으로 이끄시는 것이 버릇 이외다.
그럴 때에도 임께서 이 몸에게 불러 주시는 그 노래의 뜻을 알려고 마음을 기울여 본 적이 없나이다. 오직 이내 목소리만이
그 가락에 맞춰 가슴은 그 음률로 춤을 추나이다.
이제 놀이 시간이 지났는데 이 몸에게 닥쳐온 뜻하지 않은 이 광경은 무엇이옵니까? 임의 발 위에 이 세계가 눈을 뜨고 구부린 채,
말없는 별들과 더불어 경건히 서 있나이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생각난다. 학창 시절 그때의 '님'은 일제 치하의 '조국'이라 빨간 볼펜을 그어댔지만,
난 그리하고 싶지 않았던 그 시...
.........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아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는 차디찬 띠끌이 되야서 한 숨의 미풍에 날러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골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1926
어쩌면 이때의 님은 만해 한용운이 그토록 함께 하고 싶은 神이 아니었을까...
그들이 바라보고 갈구한 神의 영역은 과연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내가 바라볼 수 있는 그들의 정신세계 속 영역은 과연 어디쯤일까....
그들이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 읊조리는 기도는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
나는 왜 그들의 기도에 이토록 가슴이 아려올까....
그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神을 향한 사랑은 바로 그들 자신을 향한 사랑이다.
자신의 영혼의 깨달음을 갈구하는 기도이며,
자신의 깨달음의 카타르시스를 향한 더없는 욕망이다.
잠자고 먹고 번식하고자 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초월하는 초인적 욕망이다.
자신 안을 일깨우고자 자신의 모든 것을 억누르고 거스르는 초인적 사랑이다.
神은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왔다.
그것은 반대로 인간은 神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아니, 인간은 神이었는지도 모른다.
때 묻지 않은 영혼을 지닌 순수한 인간은 神이며,
설령 찌든 영혼도 순수로의 회귀가 완전히 이루어지는 순간
그도 神의 존재로 거듭날수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모든 욕망을 내려놓고, 회귀를 꿈꾸며 기도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영혼을 씻어내는, 갈아내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의 애달프음을 곁눈질한 나는 그 이유로 아픈지도 모른다.
그들이 바닥에 스며들듯이 몸을 낮추고, 자신의 욕망을 죽이고, 더 나아가고자 함을
어떤 심정으로 기도했음을 어렴풋이 느끼는 나는 목젖이 아려온다.
김태원의 13집 Purple Wave에서 그가 직접 소개한 말 중
'차갑다'란 곡은 神을 향한 기도라고 한다.
.... 차갑다........
나는 날개가 젖어서 날수가 없어서 가엽다.
너의 따뜻한 손끝이 지금도 나에겐 차갑다.
너는 내 곁에 있지만 날 위로하지만
늘 그립다.
사랑 그 사랑이란 게 이렇게 아픈걸
나 홀로 누군갈 간직한다는 게
숨 쉴 수도 없이 힘겨운 거니
You're my one sided love
Forever in my heart
널 보기가 아프다.
너를 처음 만나던 날 난 이미 가슴을 베였다.
사랑해선 안 되는 너를 사랑하는 꿈을 꾸었다.
넌 내 곁에 있지만 늘 그랬었지만
난 혼자였다.
사랑 그 사랑이란 게 이렇게 아픈걸
나 홀로 누군갈 간직한다는 게
숨 쉴 수도 없이 힘겨운 거니
You're my one sided love
Forever in my heart
언젠가는 이란 이루어짐이란
너를 사랑한다는 게 아플걸 알지만
지금도 네 곁에 머물 수 있는 건
참을 수도 없이 아프겠지만
You're my one sided love
Forever in my heart
널 사랑하기가 아프다.
기도의 보상입니다..라고 말했다.
Hopkins가 그 순간을 가졌다는 영적인 완성 직전에 불가피하게 겪는 고통의 단계,
즉 '영혼의 검은 밤'(the dark night of the soul)을 겪어냈다는 것일까....
그가 그러한 영역에 도달했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그리스 신들에 가까워 보인다.
....................
감동에 반응하고 / 희열에 노출되시며 /설레임을 즐기시고 / 슬픔을 감싸안으며
은유로 말을 하고 / 느낌으로 손짓하시어 / 소망을 담아둔채 / 사랑을 전염시키며
단 하나의 보상도 / 바램도없이 / 겸손을 일러 주셨기에 / 그대의이름은 / 신입니다. (김태원 셀렉츠中... 김태원)
그대는 자기 자신이요, 자기자신이 또 하나의 神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
인간적이어서 더 애착이 가는 그리스 신들처럼.......
제우스가 되고, 큐피드가 되고, 오르페우스가 되는....
아테나가 되고, 포세이돈이 되며, 하데스가 되어보는....
나는 인간의 형상으로 태어난 神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전지전능함을 꿈꾸지만, 모든 일에 실수투성이인 나는
어둠 속 한줄기 빛을 향하여
아직도 잠자고 있을
내 영혼을 두드리고 깨우쳐 나아갈지어다.
201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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